본문 바로가기

그림책과 책 이야기📚

위로가 필요할 때, 그림책을 고르는 기준

위로가 필요할 때는,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보다 무엇을 건네야 할지가 더 어려워진다.

위로의 말은 자칫하면 상대를 더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말 대신

조용히 건넬 수 있는 무언가를 찾게 되고,
그때 그림책은 생각보다 괜찮은 선택지가 된다.

 

짧고, 가볍고,

꼭 지금 읽지 않아도 되는 책.
위로가 필요한순간에 그림책이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올 수 있는 이유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위로가 필요할 때 건넬 수 있는 그림책을 고를 때 내가 선택하게 되는 기준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1. 말을 덜어내도 위로가 되는가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는 어떤 말이 맞는지보다 어떤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은지가 더 중요해진다.
괜찮아질 거라는 말도, 힘내라는 말도 상대의 상태에 따라서는 오히려 멀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로용 그림책을 고를 때 나는 이 책이 말을 줄여도 괜찮은지를 먼저 본다.
설명하지 않아도, 감정을 대신 정의하지 않아도 조용히 곁에 있을 수 있는 책인지.
그림과 장면이 말보다 먼저 다가오는 책일수록 위로로 건네기에도 부담이 적었다.


2. 상대의 속도를 앞서가지 않는가
위로는 앞에서 끌어주는 일이 아니라 옆에서 보조를 맞추는 일에 가깝다고 느낀다.
그래서 너무 밝거나, 너무 희망을 강요하거나, 너무 빨리 결론으로 가는 이야기는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는 오히려 조심하게 된다.
지금의 상대가 어디쯤 서 있는지를 가늠해보는 것. 그리고 그보다 한 발 앞서지 않는 이야기인지를 확인해보는 것.
위로용 그림책은 변화를 설득하기보다 지금의 상태를 잠시 그대로 두어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을 때 더 힘이 있었다.


3. 지금 읽지 않아도 괜찮은가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책을 건네는 일은 ‘지금 당장 읽어줘’라는 요청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지금 읽히지 않아도 괜찮은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이 아니라 며칠 뒤에 펼쳐도 되고, 읽다 말아도 되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부담이 없는지.
위로용 그림책은 완독을 전제로 하지 않을 때 오히려 더 편안한 선물이 된다.


4. 감정 하나만 조용히 남기는가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책이 할 일은 많지 않아도 충분하다. 모든 걸 이해해주거나, 정답을 건네지 않아도 된다.
책을 덮고 난 뒤 슬픔이 조금 가벼워지거나, 숨이 한 번 고르게 쉬어지거나, 마음 어딘가가 조용해지는 느낌.
그 정도의 감정 하나만 남겨줄 수 있다면 그림책은 이미 충분한 위로가 된다고 생각한다.


기준이 생기면, 위로는 조금 덜 어려워진다. 이 기준들을 의식하고 나서부터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무언가를 건네는 일이

조금 덜 고민스럽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라도, 어떤 책을 고르면 좋을지는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완벽한 위로는 아니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택은 할 수 있게 됐다.


✔️ 마무리하며
위로가 필요할 때 그림책을 고르는 일은 상대의 마음을 바꾸려는 시도라기보다,

그 마음이 머물 자리를 조용히 내어주는 일에 가깝다고 느낀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괜찮고, 지금 읽지 않아도 괜찮은 책.
이 기준들이 위로를 건네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는 누군가에게 조금은 덜 부담스러운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