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하면서 사람은 생각보다 많이 변한다.
나는 원래 꽤 외향적인 사람이었다. 혼자 어딘가를 가는 것도,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도 편안한 편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양평에서 잠실까지 혼자 전시회를 보러 다녀온 날 처음으로 조금 낯선 감정을 느꼈다.
서울의 속도와 사람들 사이에서 괜히 내가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압도된다고 해야할까.
누가 나를 의식한 것도 아닌데, 그냥 스스로 위축되는 느낌.
그날 이후로 나는 생각하게 됐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변했을까.’

며칠 뒤, 노인경 작가의 그림책 『곰씨의 의자』를 다시 읽었다.
이 책은 자신의 의자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내던 곰씨가 다른 존재들에게 조금씩 자리를 내어주면서
점점 자신의 자리를 잃어가는 이야기다.
줄거리만 보면 단순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두 번째로 읽은 이 책은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곰씨의 의자가 내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육아를 하면서 나의 시간, 나의 공간, 나의 리듬은 조금씩 뒤로 밀려났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던 것들이 이제는 조금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
서울에서 느꼈던 그 위축감도 어쩌면 이런 변화의 일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나는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토끼’ 같은 존재였을 수도 있지 않을까.
편안하게 기대고 싶은 사람, 자리를 내어주고 싶게 만드는 존재.
하지만 동시에 나 역시 누군가의 의자 위에 너무 오래 앉아 있었던 건 아닐까.
특히 가장 가까운 관계인 남편을 떠올리게 됐다.

나는 그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그리고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곰씨의 의자』는 친절과 배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내 자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함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이 책은 명확한 답을 주지는 않는다. 대신 조용히 질문을 남긴다.
지금, 나는 내 자리에 잘 앉아 있는가. 그리고 누군가의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예전보다 조금 더 자주, 이 질문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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