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만인가.
끄적여보는 일기도, 오븐에서 퍼지는 쿠키 냄새도.
하품을 하며 등원하는 아이를 보내고 나서야 운전대를 잡고 서울로 향했다.
나는 오전 11시까지 베이킹 수업에 가야했다.
가는 길에 문득 아이를 키우는 4년이라는 시간 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얼마나 아껴두며 지내왔는지 생각했다.
그 시간들을 견뎌온 내가 대견해서 울컥했고, 라디오에 나오는 사연들에 실실 웃음이 났다.
복잡한 출근길 차도 위에서 구급차가 지나가자 모두가 동시에 길을 내주었고,
같은 시간 안에서 누군가는 벅차오르고 누군가는 생사를 오가고 있겠구나 싶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주어진 시간과 주어진 존재를 조금 더 귀하게 여기며 살자고 스스로 되뇌이던 아침이었다.
요즘 다들 두바이 쫀득 쿠키를 굽고 있을 때, 나는 아메리칸 쿠키를 배웠다.
유행과는 전혀 다른 선택이었지만 책방지기가 될 나를 상상하면
화려한 디저트보다 조용히 곁에 둘 수 있는 무언가가 더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방해받지 않고 허기만 살짝 달랠 수 있고, 머무를 만한 이유가 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왜 굽고 싶었을까.
내가 좋아하는 걸로 누군가에게 가볍게 건넬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책을 읽는 흐름을 끊지 않을 정도의 간식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도 내 성향과, 내가 운영하게 될 책방의 색깔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아주 현실적인 이유 하나.
쿠키는 보관 기간이 비교적 길어서 책방을 운영하며 너무 많은 시간을 여기에 쏟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좋아서다.
이날 베이킹 수업을 통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조금 더 분명해졌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만들어서 내어주고, 나눠주고, 선물하는 일.
글이든, 책이든, 쿠키든 ‘주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신한 하루였다.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쿠키가 여섯 가지면 충분한지, 과한지, 부족한지 아직도 고민 중이다.
다만 분명한 건, 나는 이미 이런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책방지기를 상상하며 무언가를 만들고, 그 곁에 책을 놓아보는 하루를.

다들 두쫀쿠에 미쳐있을 때 아메리칸 쿠키 굽는 나 어떤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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