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손끝이 아리도록 추웠던 날,
동네 책방에 책을 고르러 간 나는 가방도 내려놓지 않은 채로 같은 자리에서 한-참을 머물러있었다.
따뜻한 단어, 따뜻한 그림체가 보이는 책들 앞에서만 계속 맴돌았다.
특별히 어떤 책을 찾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선물할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손이 가는 책을 들었다가, 천천히 읽고 다시 내려놓고 또 그 옆에 다른 책을 들어 읽고
같은 자리에서 반복할 뿐이었다.
돌아보니 신기하게도 그날 내가 읽어내린 책들은 전부 비슷한 온도를 가지고 있었다.
목소리를 낮춘 문장, 선이 부드러운 그림, 감정을 설명하지 않고 조용히 두는
뜨뜻미지근한 온도.
‘여기에서 계속 읽고 싶다’는 느낌이 들면
아마 그건 지금 내 마음이 머물고 싶은 온도와 책의 온도가 비슷하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새로운 책을 많이 발견했다기보다,
내가 요즘 어떤 감정 곁에 머물러 있는지를 조금 더 분명하게 알게 된 날이었다.
아무 책도 사지 않고 나왔지만, 손에는 여전히 종이의 감촉이 남아 있었다.
그걸로 충분한 방문이었다.
